'동포 자녀를 글로벌 리더로 키웁니다'…고려·서강·성균관·이화·중앙·한양대학 입학처장 좌담회
한국 대학이 해외 동포 자녀를 부르고 있다. 각 학교마다 ‘글로벌’과 ‘리더’라는 키워드를 앞세워 학생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의 143개 대학이 총 5448명의 재외동포 학생을 선발했다. 중앙대는 지난해 해외 동포 자녀 150여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포들에게도 귀가 솔깃한 이야기다. 한국어·문화 습득과 학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면서도, 세계 중심으로 떠오르는 아시아로 진출하는 장점이 있다는 게 학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고려·서강·성균관·중앙·한양·이화여자대학교는 지난해부터 미주를 순회하면서 입학 전형 설명회를 열고 있다. 26일 6개 대학 입학처장을 직접 만나 재외 동포 전형의 실태를 알아봤다. 좌담회 참석자: 이화여대 채기준 교수, 중앙대 박상규 교수, 한양대 오성근 교수, 고려대 서태열 교수, 성균관대 김윤제 교수, 서강대 김영수 교수 ◇한국 대학으로 가야하는 이유=“명문대 졸업생이 미국 대기업 면접을 보는데 이렇게 묻더랍니다. 아시아 관련 지식이 얼마나 있느냐고 말이죠.” 입학처장들은 미국 교육을 받아도 한인이라면 아시아의 해박한 지식을 겸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방법만이 아시안이라는 장점을 주류 사회에서 살릴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 고려대 서태열 교수는 “세계 곳곳이 하나로 연결되는 글로벌화와 비즈니스 중심이 아시아로 옮겨지면서 아시아가 주목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려대는 ‘아시아 MBA’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시류의 파도를 타고 앞서 가려면 아예 아시아의 중심인 한국에서 4년간 대학 교육을 받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논리다. 동포 사회의 속성을 파악한 현실주의도 작용했다. 서강대 김영수 교수는 “1세는 물론 의사·변호사가 된 2세들도 비즈니스를 위해 한인 사회로 되돌아오는 현실에서 역발상이 나왔다”면서 “주류 사회 진입도 좋지만 한인이라는 특수성을 제대로 살려 부가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류와 아시아를 동시에 잡는 프로그램도 개발됐다. 성균관대는 한국서 2년, 인디애나주립대에서 2년 공부할 수 있는 ‘글로벌 학교’를 시작해 소위 대박을 터트렸다. ◇수학 실력 모자라=한국 대학들이 해외 동포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는 있지만 아무 학생이나 받을 수는 없는 일. 입학 처장들은 미국서 지원하는 학생들의 수학 실력이 너무 모자란다고 입을 모았다. 대부분 학교는 재외 동포 특별 전형에서 영어 시험을 기본으로 문과는 국어, 이과는 수학 점수를 요구하고 있다. 성균관대 김윤제 교수는 “직접 면접을 해보면 영어 실력은 완벽하지만 수학 문제를 풀어보라고 하면 절절 매는 경우가 많다”면서 “다른 항목으로는 합격할 수 있는데, 단지 수학 때문에 떨어지는 학생이 참 안타깝다”고 밝혔다. 어설픈 국어 실력 역시 문제점으로 부각됐다. 이화여대 채기준 교수는 “국어 점수도 안 좋다”고 덧붙였다. 대부분 객관식 문항이지만 학교에 따라 500자 정도의 논술을 요구, 국어 작문 실력까지 겸비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표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특혜 대우는 기대도 하지 말라는 냉정한 교육 정신을 펼치는 학교도 있었다. 서강대 김영수 교수는 “미국에서 온 학생들만을 위한 이득을 제공할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 “한국 대학까지 왔으니까 ‘어떻게 되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을 버리고 스스로 실력을 쌓으라”고 조언했다. 중앙대 박상규 교수도 “‘미국에서 대학을 못 가니까 한국에 온다’는 말이 있는데, 한국 대학은 낙오자를 받는 곳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우리 학교 인재상은 ○○○이다" 고려대 “아시아 중심의 글로벌화" “아시아를 중심으로 글로벌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시아 MBA’ 시작으로 비즈니스 부문은 물론 모든 프로그램을 아시아라는 꼭지점에 맞추고 있다.” 서강대 “남을 위해 봉사하는 지도자" “이미 ‘고등학교’라는 별명처럼 공부 많이 시키는 학교로 유명하다. 하지만 공부를 해서 남을 줘야 한다. 자기만 잘되는 리더가 아닌 남을 위해 봉사하는 리더를 교육 목표로 삼고 있다.” 성균관대 “선비정신 깃든 세계화 정신” “설립의 특수성상 역사 의식을 강조하고 있지만 미래로 열려있다. 우리는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선비 정신이 깃든 글로벌 정신으로 무장된 인재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화여대 “스스로 앞장서는 리더” “우리는 여대라는 특수성을 이미 갖추었다. 여기에 ‘이니셔티브 이화’라는 비전 아래 스스로 앞장서는 인물상을 세웠다. 이런 능력에 인성까지 갖춘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고 있다.” 중앙대 “융합·창의의 다빈치형 인재” “중앙대는 이미 문화와 예술 분야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거기서 머물지 않고 다빈치처럼 예술은 물론 과학까지 융합하고, 창의성까지 갖춘 인재를 키우겠다.” 한양대 “실용주의 바탕 둔 교육 실천” “전통적으로 한양대는 공학 분야에서 인정을 받았다. 이 장점을 그대로 살려 연구 중심의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국내 대학 중 산학 협력 수준이 최고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리=조진화 기자